4차 산업혁명이 눈앞에 다가오면서, 전통적인 근로시간체계에도 수정이 요청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정량적 관리보다 근로자들의 창의성을 증진시키고, 워라벨(Work Life Balance)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인사관리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추세다. 이러한 흐름 속에 재량근무제가 있다. 재량근무제도란 업무수행 방법이나 시간 배분을 근로자 본인의 재량에 전체적 내지 부분적으로 일임하는 근무제다. 임금산정의 기초가 되는 근로시간은 실제 업무를 제공한 시간과 무관하게 미리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한 시간을 근무시간으로 인정한다.
예컨대 완전자율형 재량근무제는 출퇴근시간을 정해놓지 않고 완전히 근로자에게 근무시간 설계를 일임한다. 이 경우 임금은 시간급 통상임금을 기초로 계산하므로, 1주 소정근로시간은 보통 40시간으로 맞춘다. 다만 이러한 근무제도는 전문기술을 가지고 업무에 광범위한 재량권을 행사하는 근로형태 외에는 근태관리 어려움으로 도입하기 어렵다. 보통 출퇴근시간만큼은 지정하는데, ‘출퇴근시간 지정형 재량근무제’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출근시간은 9시로 정하고, 퇴근시간은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다. 반대로 퇴근시간을 고정하고 출근시간을 자율로 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도 임금산정의 기준이 되는 1주간 소정근로시간은 보통의 경우 40시간으로 정한다.
재량근무제 유형
재량근무제는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31조에 정한 업무에만 시행할 수 있다. 동조에서 말하는 업무는 보통 연구·분석·설계·디자인·프로듀싱 등 전문적이고 재량적인 업무에 해당한다. 즉 표면적으로 근로시간을 측정하기 어려운 경우에 한해 재량근로제가 가능하고, 일반적인 생산·사무 등의 업무에는 적용하기 어렵다. 재량근무제는 일정한 소정근로시간을 합의해 그 시간을 근로시간으로 간주하는 제도이므로, 주52시간 근로시간제 하에서 불법 초과근로를 편법적으로 피해가는 방법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법적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다.
재량근무제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앞선 원고에서 소개한 선택적근로시간제와 같이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개별대상근로자와의 근로계약 변경, 취업규칙 변경 등의 세 가지 법적요건을 갖춰야한다. 이와 같이 엄히 법정요건을 요구하는 이유는, 선택적근로시간제와 같이 부당한 근로조건 저하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 근로계약의 변경, 취업규칙 변경 등의 절차적 측면은 선택적근로시간제 도입의 경우와 같다.
근로자대표와 서면합의 내용은 근로기준법 제58조제3항 각 호에 따라 ▲대상업무가 무엇인지를 정하고 ▲사용자가 업무수행 수단 및 시간 배분 등에 관해 근로자에게 구체적인 지시를 하지 아니한다는 내용 ▲근로시간 산정은 서면합의로 정하는 바에 따른다는 내용을 적시하면 된다.
기타 재량근무제 도입에 따른 사내운영 규정(내규)으로서, 재량근무제를 신청하려고 하는 근로자의 경우 신청서를 소속부서장에게 제출토록하고, 부서장은 이를 검토해 승인 내지 불승인 처분을 하고 해당 근로자에게 결과를 통지토록하며, 재량근무제 적용을 받는 근로자에게 회사 측에서 업무수행 방법이나 시간 배분 등에 대해 통제하지 않는다는 등의 내용을 규정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