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몰고 온 많은 변화 중심에 스마트공장이 있습니다.”
필자는 이렇게 말하고 다닌다. 산업혁명이란 이름에 맞는 산업을 들여다 보면, 기존 공장들이 변화의 최전선에 서 있다. 나름 스마트공장으로 바꾸려 노력 중이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스마트공장이 있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지금보다 더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고, 시장의 요구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본다.
그간 국내에서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한 중소·중견기업들은 대략 자비 기준으로 최소 2000만원부터 2억원 정도 안팎의 비용을 투입한 것을 알 수 있다. 정부의 지원규모가 초기의 5000만원 수준에서 점차 늘고 있고, ‘모델공장’을 지을 경우는 정부지원금 규모가 커지기에 실제 하나의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비용 규모는 자비와 정부지원금을 합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예외적으로 정부지원금에 의존하는 일 없이 자신의 비용으로만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도 있다.
“100억원이 드는 프로젝트를 5000만원에 해보라는 것이 말이 되는가?” 이런 기업에서 이렇게 쓴소리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제조생산시스템으로 불리는 MES만 해도 10억원이 드는데, 정부가 5000만원을 지원하면서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인데, 일리가 있다.
이런 쓴소리를 낸 기업은 거의 자비로 국내 대기업의 계열사를 고용해서 스마트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대기업에서 개발한 MES를 구매했고, 그들의 지원으로 스마트공장 추진을 한 것이다. 대부분의 솔루션 공급기업이 종업원 수 10여명 안팎의 중소기업인데, 이들은 대기업을 찾은 것이다.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프로젝트 수행, 그리고 시스템 안정화와 유지보수 지원 등이 배경이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대신 비용은 더 많이 들었을 것이다. 대기업 수준에 맞는 서비스 비용, 솔루션 비용을 지불했다면 그럴 수 밖에 없다.
이와 달리 대부분 스마트공장 추진 사례는 다른 상황이다. 정부의 지원예산에 규격을 맞추느라 공급기업은 비용을 더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구조 속에 놓여 있다. 프로젝트 규모를 1~2억원 선에서 맞춰야 한다. 기술 수준, 서비스 품질과 무관하다. 어차피 정해진 예산에 맞춰 일을 하던가 포기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점차 줄여 나가야 하고, 대신 기업 스스로 투자와 비용을 준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업은 자비 부담이 늘어 갈수록 실패를 줄이기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하게 될 것이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공장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제대로 추진한다면 비용이 수십억원은 훌쩍 넘는다. 대기업 경우 수백억원이 넘을 수도 있다. 설계나 개발에 응용되는 PLM 예를 보면 수십억원에서 수백원의 비용이 드는 것은 비일비재 했다. 예로서 CAD 프로그램 하나만 설치해도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씩이 지불돼야 한다. 성능이 괜찮은 해석용 프로그램인 CAE(Computer Aided Engineering)는 더 비싸다. 팔리는 숫자가 적어서 비싸다. 제조공장에서 시물레이션이나 검증을 하는데 사용되는 디지털 공장 솔루션은 최소 프로그램 가격만 수천만원이다. 이것 저것 갖추기 위해 더 투자하면 수억원 넘는 것은 예사다. 이 역시 많이 팔리지 않기에 비싼 가격구조를 가진 제품군에 속한다.
최근 스마트공장에서 자주 응용되는 소프트웨어가 MES인데, 이 역시 팔리는 숫자가 많지 않다. 그래서 비싼 가격이 정상이고 그렇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 제대로 받으면 최소 수 억원은 받아야 하지만, 앞에서 소개한 제약이 가격 형성을 다르게 한다. 돈을 푸는 주체가 정부이고, 정부가 예산을 정해 놓은 터이니 시장에서 가격을 비싸게 정한들 소용이 없다. 공급기업은 알아서 가격을 낮추던지 사업을 그만두는 양단의 선택을 해야 한다.
디지털 기술에 해당하는 이런 소프트웨어는 하나를 설치하다보면 다른 시스템도 필요한 경우가 종종 생긴다. 또 다시 비용이 수억원 필요하다. 예를 들어 회계시스템이나 주문발주 관리를 위해 ERP라도 설치하려고 하면, MES이외에도 비용을 수억원 준비해야 한다. 스마트공장 사업이 그런 것이다. 소프트웨어 예산만 있으면 끝나는 것도 아니다. 한 두 명의 엔지니어가 함께 와서 분석, 대안 마련, 맞춤형 개선 등을 해야 하고 교육도 시켜 줘야 한다. 사람이 오고 가면 돈이 나가는 것은 당연한 법. 이런 비용도 누군가 대야한다.
새로운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을 설치하면, 매년 일정 수준의 유지보수 비용도 준비해야 한다. 이것이 모두 예산에 있어야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면 공급사 직원을 불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를 유지보수 비용이라 하는데, 이 비용을 내지 않으면 솔루션 기업이 지원하지 않아도 뭐라 할 수는 없다. 계약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유지보수를 무상으로 해 줄 수 있는 국내 소프트웨어 관련 기업 중에는 거의 없다. 외국계 솔루션 공급 회사는 본사의 정책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기도 하거니와, 국내기업도 점차 바쁘게 신규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엔지니어를 빼내어 투입하는 데 무료로 기업의 유지보수 활동을 지원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처한 중소·중견기업들이 스마트제조나 스마트공장 사업 추진을 주저하거나 볼멘소리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그런 불만을 입 밖으로 내지 못한다. 따지고 보면 스스로 할 일을 정부가 국민 혈세로 도와 주는 것인데, 돈 더 달라고 조를 수는 없다는 것을 기업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이 강구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한가지가 SaaS(Software as a Service)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또한 조삼모사 성격이 짙다. 사용하는 만큼 돈을 낸다고 하지만 결국은 리스를 지불하는 셈이다. 이 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기업 재정 여력이 있는 기업도 손을 꼽을 정도로 기업 상황은 어렵다. 게다가 그간 정부지원이란 타성에 젖은 풍토도 장애요인이며 고민할 사항이다.
그래도 이를 해결해야 한다. 정부 지원은 점차 줄여 나가야 하고, 대신 기업 스스로 투자와 비용을 준비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기업은 자비 부담이 늘어 갈수록 실패를 줄이기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하게 될 것이다. 처음엔 어렵겠지만 이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그렇게 해야 투자 선순환구조가 나타날 것이라 본다. 정부 의존을 벗어나 스스로 도전하고 비용을 처리하는 기업이 많아질 때 스마트공장이 진짜 꽃을 피게 될 것이라 본다. (중기이코노미 객원=4차산업혁명연구소 대표 한석희 박사)